서울행 KTX 객실 내 TV에서 선택진료비 폐지, 상급병실료에 대한 건강보험이 적용 등으로 병원이용 시 본인부담이 낮아졌다는 공익광고를 본 적이 있다. 이처럼 공익광고의 효과 때문인지 올 초부터 상급종합병원을 비롯한 대학병원에 환자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대학병원의 선택진료비를 포함해 3대 비급여 개선으로 본인부담이 경감되면서 의료계의 우려대로 환자쏠림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 심평원의 요양급여비용 증가율이 2018년도 1분기에 전년도 1분기 대비 상급종합병원이 41.4%로 종합병원 14.0%, 병원 9.2% 보다 3~4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통계결과는 대학병원에 환자쏠림이 3~4배 증가한 것이 아닌 요양급여비의 증가현상을 보여준다는 통계적 측면도 있다. 하지만, 그 동안 의료계에서 우려한 건강보장성 강화 정책이 대형병원으로 환자쏠림 현상을 보여주는 통계임은 분명해 보인다.
연초부터 의료계에서는 의료전달체계 개편을 비급여의 급여화와 동시에 진행되지 않으면 의료 생태계의 혼란이 일어날 것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
이 밖에 8월 초에 발표된 의료질 평가 지원금 배분을 위한 의료질평가 결과를 두고 병원계에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있다. 정부가 종합병원과 상급종합병원을 대상으로 의료질 평가의 등급평가 결과를 통보했다. 대부분 종합병원은 일부 병원을 제외하고는 3~5등급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 평가등급은 선택진료비 폐지에 따른 의료 질 보상금을 의료 질과 환자 안전, 공공성, 의료전달체계, 교육수련, 연구개발 등 영역별 평가를 통해 평가점수를 매긴 점수이다.
이러한 평가에서 종합병원급에서 제기하는 불만은 상급종합병원을 종합병원 영역에 묶어 상대적 평가하면서도 평가지원금은 종합병원보다 2배 높은 수가테이블로 구분해 지급한다는 점이다. 그 결과 일반 종합병원급이 1등급을 받더라도 상급종합병원 2~3등급보다 못한 수가를 지급한다는 점이다.
이 같은 정책에 대해서 국내 의료기관에서는 의료 질 향상이 주요 이슈가 되면서 수가정책이 P4P(pay for performance)로 전환되고 대학병원이 높은 점수를 받는 점은 의료계에서도 이해되고 있다. 하지만 병원급 의료기관에서는 대학병원과의 상대적 평가점수 체계는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왜냐 하면 병원들이 대학병원과 동등한 경쟁체계를 유지하기에는 인력, 재정, 의료시설 측면에서 경쟁구조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그 동안 국내 병원의 특징적 현상을 ‘대학병원의 대형화’라고 하는데, 최근의 차등적 P4P 수가정책과 본인부담 감소정책은 대형병원으로 의료시설과 환자편중을 심화시킬 수 있는 소지가 매우 높다.
향후 국내 환자안전과 의료 질 향상을 위한 정책방향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 같은 정책방향이 지속되더라도 정책과정(policy making process)에서 정부와 입법부의 의료계의 ‘균형적 생태계’에 대한 정책관심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향 후 이대로 정책기조가 지속된다면 대형병원으로 환자쏠림은 심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같은 대형병원의 환자쏠림 현상이 지속되어 기존 의료공급 균형이 무너지면 역기능과 사회적 부작용의 심화현상이 예상된다. 따라서 국내 의료의 공급균형 유지를 위한 의료기관 종별, 지역별 의료생태계 유지와 발전에 대한 정책배려가 필요한 시점이다.
에이치앤컨설팅(H&Consulting) 이용균 부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