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영리의료법인의 동향

최근 보건복지부의 정책기조는 ‘현행 의료시스템 유지’를 고수하면서 불합리한 부문을 찾아서 보완하는 방식으로 진행할 것으로 밝히고 있다. 즉, 현 의료체계를 근간을 이루는 건강보험체계와 당연지정제의 유지, 대체형 민간의료보험의 불허 등을 정책기조로 시스템 운영차원에서 개선점을 보완하는 점진적인 개선방안을 표명하고 있다. 하지만 지식경제부의 대통령 ‘2008년도 업무계획’보고내용에서는 민간의료보험과 영리법인 추진을 통한 의료서비스 경쟁력제고를 발표하였다. 따라서 정부 부처에서도 ‘공공의료’정책기조와 ‘의료산업화’정책기조 간의 마찰을 감지할 수 있었다. 이후 2008년도 하반기부터 시작된 미국발 금융기관 신용위기에 따른 국내 경기침체와 함께 실업이 증가되면서 ‘고용창출’과제가 우리사회의 주요한 과제가 되었다. 이와 함께 국내서비스 산업의 활성화를 통한 고용창출이 정부의 주요정책과제로 대두되었다. 따라서 의료부문에서는 2009년도 상반기부터 지식경제부 주도로 영리의료법인화 및 민간의료보험에 대한 정향적인 정책을 발표하면서 그 동안 금기시 되었던 ‘영리의료법인’에 대한 사회적인 논쟁의 불씨가 되 살아 나고 있다.

2. 영리의료법인의 찬반논쟁

그 동안 우리사회에서는 영리법인병원의 개설을 두고 많은 논란이 있었다. 먼저 영리법인병원을 허용하자는 주장의 논거는 이를 통해 의료부문에 대한 민간 자본의 투자유입이 촉진될 것이라는 점이다. 즉, 영리자본의 병원 운영이 통해 병원계의 혁신을 유도하고 병원의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민간영리병원은 영리 추구적 측면이 강하지만, 서비스의 질 향상, 보건서비스의 공급효율성 측면에서 공공병원보다 우위성을 갖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그리고 그 논거로서는 민간부문의 우위부문과 잠재력 활용에 대해서 세계보건기구에서 권장하고 있는 사항이며, 의료제공에 있어서 민간부문은 예방, 치료, 재활 등 의료서비스의 종류에 제한이 없이 원활하고 효율적(efficiency)인 제공이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영리법인병원을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영리법인이 수익성이 떨어지는 필수의료나 저소득 계층 환자의 진료기피현상과 영리병원의 비급여 서비스에 대한 이용 증가가 건강보험 재정에 미칠 역기능 등을 제기하고 있다. 즉, 영리병원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하는 사람들의 주장은 ‘의료의 상업화’를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영리병원을 허용하면 이윤추구를 극대화 할 것이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는 행동을 할 것이란 것이다. 그 예시로서 의료품질로 경쟁하기보다는 자금력, 광고 등 상업적 수단으로 의료시장을 지배할 것이라는 주장과 함께 공공건강보험을 저해하여 민간의료보험의 활성화와 함께 ‘의료의 양극화’를 조성할 것이라는 주장을 한다.

3. 국내 영리의료법인의 유형

국내 병원은 설립주체에 따라 공공병원과 민간병원으로 부분할 수 있겠다.

<표 1> 우리나라 의료기관의 유형별 병원수

자료)대한병원협회, 2007년도전국병원명부.

우리나라 병원의 약10% 정도(병상 수로 기준할 때)가 공공병원이고 나머지 90% 정도는 민간병원이다. 이와 같이 소유권(ownership)으로 분류하면 대종이 민간병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적으로는 영리추구를 불허하고 있다. 그 다음 질문은, 법적으로 영리추구를 허용하고 있지 않아서 영리추구를 안 하느냐? 다른 말로 해서, 법적으로 영리추구를 못하게 함으로 거기에 순응해서 비영리적으로 행동하고 있느냐? 병원의 행태를 연구하는 학자나 무시로 병원을 이용하고 있는 일반인을 상대로 이런 질문을 했을 때 대답은 뻔할 것으로 필자는 판단하고 있다. 필자의 판단으로는 우리나라만큼 공공병원이 적은 나라도 없을 뿐 아니라 우리나라만큼 병원이 영리화 또는 ‘상업화’된 나라는 없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혹자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나라 의료가 이미 상업화되어 있는데 게다가 의료법인의 영리화까지 허용하면 설상가상이 될 것 아닌가 하고. 탁상공론으로서는 그럴 법한 말이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영리법인 허용을 반대하는 사람들의 예측을 하나하나 뜯어 살펴보면 그 허구가 드러난다는 말이다. 지금은 비영리라서 수익성과 상관없이 환자를 돌보고 있는가? 과잉 진료도 없고, 품질 저하도 없고, 의료비 상승을 부추기는 행태도 없는가? 지금은 크림 스키밍이 없는가? 지금은 상업적 수단을 사용하지 않고 순수하게 품질 경쟁을 하고 있는가? 지금은 공공의료보험을 보지하기 위해 순응하고 있는가? 지금은 의료의 양극화가 없는가? 의료법인의 영리를 허용하면 더 악화될 여지가 있을까? 필자의 판단으로는 현재 갈 데까지 가 있기 때문에 더 이상 악화될 것이 없다고 본다. 특정 병원을 놓고 볼 때 저 병원이 영리화된다고 해서 지금보다 어떻게 더 상업화될 것인지 상상할 수가 없다. 지금보다 더 과잉진료를 한다면 환자가 외면하여 시장에서 도태되지 않을까?

영리의료법인을 허용했을 때의 상황도 정리할 필요가 있다. 영리의료법인을 허용한다고 해서 대한민국의 병원이 전부 영리병원이 되는 것이 아니다. 공공병원은 말할 것도 없고 90%에 해당하는 민간병원 중에서도 영리법인이 되는 것도 있고 비영리로 남을 병원도 있을 것이다. 영리병원을 무한정 허용하고 있는 선진국의 경우에서 보듯이 일부 병원만이 영리화할 것으로 보인다(예측의 정확성을 시비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비영리병원의 약점과 결점을 보완하는 수준 정도의 영리병원이 생길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만약 눈사태처럼 병원의 영리화가 진행된다면 문제가 될 수 있겠지만 병원의 본래적인 특성상 그럴 리도 없을 것이고 또 정책적으로 그런 사태를 미연에 방지할 수도 있고 장기적으로는 적당한 균형을 이루도록 정책적으로 유도할 수도 있다고 본다.

시장에 맡기는 것, 보이지 않는 손에 중대사를 맡기는 것이 불안한 것은 사실이다. 뭔가 두부 자르듯 잘라야 직성이 풀리는 우리네 정서와는 맞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역사는 시장이 정부보다 국민의 복지를 더 챙겨준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가난 구제는 나라도 못한다’는 속담이 있을 정도면 시장에 대한 믿음이 두터워질 때도 되었는데 아직도 ‘규제 지향의 지식인들(regulation-oriented intellectuals)’이 우리 사회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는 것이 안타깝기만 하다.

현재 OECD 각 국가들의 의료공급체계는 공공과 민간병원의 두 축으로 의료공급체계로 운영되고 있지만, 의료공급의 대부분은 공공의료기관이다. 그리고 민간병원은 민간비영리병원, 영리병원의 2계층구조(2 tier systems)으로 운영되고 있다. 따라서 국내의 경우 민간의료기관을 영리병원과 비영리병원으로 구분할 경우 국내병원의 52.1%를 차지하고 있는 개인병원을 영리민간의료기관과 비영리민간의료기관 중에서 어디에 분류해야 할지 난감한 실정이다.

<표 2>주요국 영리병원의 분포 비율(%)

현행 의료법인과 민법 또는 특별법에 의하여 설립된 비영리법인 형태의 병원은 의료업을 행함에 있어 영리를 추구하여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와 같은 의료법 시행령상의 규정은 많은 논란을 야기 시키고 있는데, 개인병원의 경우 비영리병원보다는 영리병원에 가깝다는 것이 필자의 개인적인 소견이다. 따라서 현재 시점에서 예상할 수 있는 영리의료법인은 민법상 전환이 어려운 의료법인병원을 제외한 전문화된 개인소유의 병원들이 영리의료법인으로 전환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유형되는 영리법인의 유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가. 전문가법인형태(Professional Corporation)
국내 법조계의 법무법인의 형태로서 상법상의 회사형태로는 합자회사형태이다. 비의료인으로 구성된 의무법인형태일 경우 의료기관 경영참여를 방지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현재 의료계에서 관심을 가지고 있다.
나. 지분있는 의료법인형태
일본식 지분이 있는 의료법인 형태이다. 일본의료법인은 전체 병원 수 63.1%를 차지하고 있으며, 재단법인과 사단법인으로 구분되지만 의료법인의 98%가 출자지분을 인정받는 사단법인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일본의 경우 출자자는 지분에 따라서 재산 청산 시 권리행사가 가능하지만, 이에 따른 잉여금의 배당을 금하고 있어 운영상에는 비영리법인과 큰 차이가 없다.
다. 상법상의 회사형태
상법상 영리법인 형태의 회사 종류로는 주식회사, 유한회사, 합명회사, 합자회사등 4가지가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주식회사이다. 주식회사형 의료기관의 경우 국내 대기업(대그룹 또는 제약회사 유관기업 등)의 의료지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
라. 간접투자형태
영리의료법인의 허용을 전제로 투자사들의 의료기관에 대한 각 종 간접투자펀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의료간접투자방식으로 30인 이하의 소수 투자자로부터 투자자금을 모으는 사모펀드(private fund), 일반투자자를 상대로 투자를 유치하는 공모펀트(public fund)를 예상할 수 있다.

3. 전망과 과제

의료서비스 산업화와 영리병원에 대한 사회적 인식에는 정부부처별, 사회이익집단별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즉, 영리의료법인화와 의료서비스산업화에 대한 사회적으로 찬성, 반대가 대립되어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OECD국가들의 대부분은 민간의료기관을 영리의료기관과 비영리의료기관으로 구분하여 질 높은 의료서비스 요구(needs)을 수용하고 있다. 현재 우리사회가 당면하고 있는 영리의료법인에 대한 사회적인 논쟁과 지나친 관심은 전환기적 현상으로 이해된다. 하지만, 국내 의료서비스부문에서도 다양한 의료욕구에 대한 사회적 수요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해외 의료기관의 국내 개원은 이러한 추세를 앞당길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현 시점에서는 국내 의료기관별 민간부문과 공공부문의 의료기능의 재설정이 요구된다. 그리고 민간병원은 영리, 비영리병원으로 분류하고 영리병원(private hospitals)은 시장경쟁을 통해서 국내 의료서비스산업의 고도화를 유도하는 장치를 제도적으로 도입해야 할 시점이라고 하겠다.

에이치앤컨설팅(H&Consulting) 이용균 부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