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은 타 서비스산업에 비해서 정부의 정책변화에 민감한 편이다. 왜냐하면 병원경영에 필수요소인 ‘인력과 가격’이 관련법과 수가로 통제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병원의 비용 중 50%가 인건비가 차지하고 있는데, 이는 역설적으로 전체 병원수익의 절반이 인건비로 지불되어야 한다. 이는 의료계가 상대적으로 정부의 의료정책 동향에 관심이 타 산업에 비해서 높은 이유 중의 하나이다.
10월 초 의료계 관심을 끌만한 소식이 전해졌다. 국내 첫 영리기관이 될 수도 있었던 제주 녹지국제병원 허가 무산에 관한 것이다. 월 초에 발표된 제주숙의형 공론조사위원회는 제주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녹지국제병원 개설 불허를 권고한다고 밝혔다.
해당 조사위원회는 녹지국제병원 개원 허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설립되었다. 제주도는 위원회의 공론조사 결과에 따라 허가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조사위원회에서는 개원 찬반 여론조사를 위한 도민참여단을 200여명 모집하여 영리병원 설립 이슈에 대한 관계자 질의응답, 숙의토론 등 과정을 거친 후 공론조사를 실시하였다. 그 결과 58.9%가 “개설허가 반대”로 나타나 제주도에 개설 불허 권고를 하도록 하였다. 그 주요 논지는 녹지국제병원이 개원하면 다른 영리병원의 개원으로 이어져 의료 공공성이 약화될 것이라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이와 비슷한 시점인 10월 1일에는 보건복지부가 필수의료 지역격차 해소와 공공보건의료 국가책임 강화를 골자로 한 ‘공공보건의료 발전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이번 종합대책에는 지역별 책임의료기관 지정과 필수의료 서비스 강화 등을 포함하고 있다.
필수중증의료 국가의 책임 강화와 지역공동체 기반 건강관리 체계 강화 등을 핵심내용과 정책목표로 하고 있다.
그동안 문재인정부 출범 후 의료부문 핵심공약사항인 △건강보험의 보편적 보장성 강화 △의료전달체계 재정립과 의료 양극화 해소 등이 정책화(policy making) 과정 중인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문재인정부 출범 시 의료핵심공약으로 제시된 ‘보건의료산업 성장과 좋은 일자리 창출’ 관련한 정부의 정책추진은 아직도 구체적인 청사진이 발표되지 않고 있어 정책균형감에 아쉬움이 있다.
참고로 일본에서는 그동안 첨단의료특구를 조성하고 최첨단 의료, 의약품 의료기기 등 첨단 의료 연구 거점으로 연구기관, 기업과 복합물을 선정하도 지원하고 있다. 이를 지원하기 위해서 의료연구 기금의 특례와 연구개발 촉진, 지원하고 △줄기세포 응용 △재생의료 △혁신적인 의료기기 개발 △혁신적인 바이오 의약품의 개발 △희귀난치성 질병 치료 등을 일본건강보험에서 수가에서 예외적으로 비적용하고 있다.
여지껏 국내 의료부문에서도 4차 산업혁명시대 새로운 의료접근모델로서 건강정보의 개방, 의료정보 R&D 활성, 의료지식기반 비즈니스 창출 및 병원 R&D 수가신설 등의 아이디어가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구체적인 의료산업 활성화 정책추진은 눈에 띄지 않고 있어 정책의 다원화와 형평성에 문제점으로 평가된다.
금번 10월 초에 발표된 제도녹지국제병원 허가무산과 공공보건의료 종합대책은 향후 보건의료정책 방향이 ‘의료 형평성과 공익성’에 보다 방점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그동안 진행된 적극적인 건강보장성 강화와 관련수가의 건강급여 전환이 그 맥을 같이 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지나친 중앙집권적 보건의료체계로 의료계의 자율권과 관료적 비효율이 발생할 소지도 발생할 수 있다는 문제점이 제기될 수 있다. 향후 정책화 과정에서 의료계의 현장의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는 ‘정책참여’가 필요한 이유이다. 이 과정에서 의료계도 전문가 집단으로 실사구시(實事求是)적인 입장에서 적극적인 정책참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에이치앤컨설팅(H&Consulting) 이용균 부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