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초에 복지부는 의료전달체계의 단기 개편정책 방안을 발표하였다. 문케어가 발표된 지 만2년 만이다.
문대통령은 2017년 8월에 서울성모병원을 방문한 자리에서 ‘5년간 30조 6000억원을 들여 모든 의학적 비급여를 국민건강보험에서 보장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 정책 시행을 두고 의료계에서는 의료전달체계 개편이 선행되지 않으면 기존 의료전달체계는 무너질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하였다. 그 당시 복지부는 의협과 공동협의체를 구성해 개편안을 수립하였지만 이해당사자(interest groups)의 갈등으로 실행되지는 못했다.
문케어 2년이 지난 현 시점에서 상급종합병원의 환자부담은 경감되었지만 대형병원 쏠림현상, 건강보험 재정적자 심화, 경증환자의 대형병원 이용증가 등 예상된 부작용은 심화되고 있다. 정부에서도 더 이상의 의료전달체계 부작용과 재정적자를 방치할 수 없다고 판단하여 단기적 의료전달체계의 개편안을 발표하였다.

이번에 발표된 단기 의료전달체계 개편은 상급병원의 경증환자 쏠림현상 개선, 지역거점병원제도 및 환자들의 병원선택권에 의사 개입으로 요약된다.
이 같은 정책 목표(policy goal)는 중증환자의 보장성 강화라는 문케어의 보완적 정책조치로 다음과 같은 순기능이 예상된다.

먼저 상급종합병원의 중증환자 위주 진료를 위한 평가·보상체계 도입과 상급종합병원의 명칭변경(주; 의료법 개정)인데 이는 의료전달체계의 순기능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발표안대로 상급종합병원을 중증종합병원으로 명칭이 변경되면 향후 상급병원에 대한 환자들의 인식변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또한, 상급종합병원으로 환자의뢰시 의뢰·회송시스템을 통한 의사의 직접 의뢰제도의 도입은 접수창구의 병원과 환자간 논쟁이 예상되지만 환자들에게 상급종합병원 이용 시 진입장벽 기전으로 작동할 것이다.

특히 의사주도형 의뢰·회송시스템에 한해서 의뢰 수가를 적용하고 환자 본인에 의한 의뢰에 대해서 본인부담정책은 상급병원의 접근성과 편리성에 익숙한 경증환자들에게 비용부담(cost burden)과 함께 신규 진입장벽은 접수창구에서 마찰이 예상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순기능적이 예상된다.
왜냐하면 그 동안 상급종합병원 외래 진료 시 다른 기관에 비해 높은 본인부담률(외래 60%)을 적용하였지만 환자들의 실손보험가입으로 실제 부담이 미미한 경우가 다수였다. 따라서 의료기관이 아닌 사용자에게 상급종합병원 경증 외래 부담률을 부과하는 정책은 정부나름의 고심한 대안으로 평가된다.
이 밖에 환자가 수도권 상급종합병원을 찾지 않고도 지역사회에서 적정 의료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지역의료기관의 역량을 강화하는 지역우수병원, 지역책임의료기관 대안은 일본식 지역 거점병원 정책 벤치마킹으로 평가된다.

다만, 발표된 지역책임의료기관을 공공기관으로 한정할 필요가 없이 민·관개방형 경쟁방식이 정책효과성을 높일 수 있을 것 같다.
왜냐하면 현재에도 지역사회에서는 상급종합병원(종합병원 포함)이 지역환자를 중소병원으로 되돌려보내는 ‘회송제도’를 도입하고 있지만, 참여율이 저조(상급종합 입원 4.9%, 외래 0.19%)한데 이는 참여 기관수가 적기 때문이다. 따라서 의료전달체계의 단기 개편을 통한 제도적 순기능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의료기관들의 참여기회를 확대하고 인센티브제를 도입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 밖에 대형병원만이 현재 의료전달체계에서 환자가 상급종합병원에 내원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구조라는 인식으로는 ‘환자쏠림’ 문제를 해결하는데 한계가 있다. 즉, 공급자에게만 문제의 원인과 책임을 부과해 병원에 내원하는 경증환자를 돌려보내려는 시스템은 성공할 수 없다. 의료공급자와 소비자 양대 축에서 인식전환을 가져다 줄 정책의 병행이 없이는 의료전달체계의 개선정책은 성공하기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다.

에이치앤컨설팅(H&Consulting) 이용균 부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