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병원의 조직문화
병원과 관련한 연구업무 수행을 하다보면 가끔 병원을 업무적으로 방문하게 된다. 그 경우에 일부러 시간을 내어 병원을 한번 둘러보는 나름의 습관이 있다. 이 경우에 경영적인 측면에서 성공한 병원은 나름의 병원 분위기가 느껴지는 경우가 많다. 즉, 병원의 독특한 느낌(feeling)이 온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성공한 병원에 대한 경영요인에 대해서는 언젠가 나름대로 분석하여 글로 정리한 적이 있다(이용균, 병원의 성공경영)
그 동안 국내병원들은 통제된 의료수가체계(controled payment system)에서 어떤 병원은 성공하고, 어떤 병원은 실패한 경우를 찾아 볼 수 있다. 이 중에서 성공한 병원들의 성공요인(critical success factors)을 분석해보면 병원소재지, 전문화수준, 자금력, 홍보력 등 나름의 성공요인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성공한 병원들 중에는 앞서 제시한 조건들이 열악함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극복하고 성공한 병원을 찾아볼 수 있다. 이러한 성공사례는 주어진 환경보다는 그런 역경을 이겨내고 창조적 경영을 통한 성공사례들이라고 하겠다. 즉, 타병원에서 모방이나 벤치마킹으로만 설명할 수 없는 창조경영 요인이 있다고 하겠다.
그래서 그 당시에 나름대로 그 성공요인에 대해서 전문화·특화전략, 병원CEO의 경영마인드, 기획력과 마케팅 요소, 경제적 규모, 병원의 조직문화 요인을 분석하여 제시한 적이 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성공한 병원에서 느낀 감정은 해당 병원조직 구성원들에게서 느낀 ‘긍정적인, 적극적 조직분위기’라는 생각이 든다. 최근에 개인적으로 경험한 사례로서 싱가폴 국공립병원을 한번 방문한 경험이 있다. 이 병원은 경영평가 낮은 공공병원이었는데, 최근 새로 병원을 건립하면서 병원CEO를 초청하면서 싱가폴에서도 성공한 공공병원으로 소개되는 병원이었다. 병원을 둘러보면서 곳곳에 환자 중심의 시설들-환자용 옥상텃밭, 지하층 지역민 건강교육센터 등-과 편리한 환자시설이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더욱 인상적인 것은 직원들의 살아있는 환자중심의 조직분위기 이었다.
2. 공자와 인사경영
최근 국내에서 개원한 노인요양병원의 이름을 애인(愛人)병원으로 작명하여 관심을 끌고 있다. 이 병원의 작명(naming)는 공자의 <論語;顔淵篇>과 애인(愛人)과 연관이 있다.
공자는 인에 대해서 제자인 번지가 묻자 공자는 “그것은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라고 대답하였다<論語,顔淵篇 : 樊遲問仁 子曰 愛人> 그리고 지식에 대해서 묻자 ‘그것은 사람을 아는 것’이라고 대답하였다<問知 子曰 知人>.
그림. 공자의 초상화(출처:한국위키피아)
이처럼 공자의 사상의 핵심을 이루는 인(仁)의 사상은 논어의 전반에 흐르는 기저(基底)를 이루고 있다. 따라서 공자의 깊은 관심은 당시의 일상생활에 대한 관한 것으로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백성의 행복을 증진할 수 있도록 정치를 개혁하는데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므로 공자가 인(仁)에 대해서 언급할 때 ‘인(仁)은 먼 곳이 있는 것이 아닌 그것은 바로 여기에 있다’고 하여 실천적인 인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공자는 논어에서 모든 사람들에게 애정을 가지되, 인자(仁者)와 친하라고 인(仁)을 권하고 있는 것이다(論語,學而篇 : 汎愛衆 而親仁).
그 동안 국내에서 성공한 내부요인으로 직원들의 조직문화가 중요한 요소인데, 성공한 병원에서는 다음과 같은 조직의 내부성공요소들을 가지고 있다.
- 직원 모두가 친절하고 예의가 바르다.
- 전 직원이 주인의식이 있으며 경영마인드를 갖고 있다.
- 병원장이 진료를 비롯한 모든 업무에 솔선수범한다.
- 병원 내규가 있으며 적절한 보상체계를 운영한다.
- 전 직원이 공부하고 연구하는 자세를 갖는다.
- 장단기 계획을 세워 병원을 운영한다.
- 병원에서 홍보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이와 같은 성공요인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병원의료진과 진료지원직 등 전체 병원직원들의 환자들을 대하는 자세에 있다. 이와 같이 서구 조직론에서도 새로운 조직문화에 대한 관심이 제고되면서 최근에는 조직연구의 주요동향으로 다음과 같은 주제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직장 내 긍정적인 관계(Positive Relationship in the Workplace)
▸회복력(Resilience)
▸직업과 직장의 의미추구(Meaning)
▸긍정적인 자아관념(Positive Identity)
▸덕(德)이 있는 조직(Organizational Virtuousness)
병원 CEO를 만나서 컨설팅을 수행해 보면‘병원경영을 책임을 지우고 맡길 만한 인재가 없다’는 하소연하는 경우가 가끔씩 있다. 즉, 병원의 의료진과 행정직을 포함하여 직원들 중에서 병원적임자가 없어 본인이 직접 모든 경영의 A~Z까지 책임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 공자는, “군자는 모시기가 쉽지만, 그의 마음에 들기는 어렵다. 마음에 들기 어려운 이유는 성취가 마땅하지 않으면 만족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모시기가 쉬운 까닭은 아랫사람을 부릴 적에 각각의 기량에 맞추어 업무를 부여하기 때문이다”라고 하였다(論語,子路,25章 子曰 君子 易事而難說也 說之不以道 不說也 及其使人也 器之).
국내 병원에서는 병원장이 임상진료와 병원CEO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는 것이 당연시 되고 있다. 그리고 3차 진료기관의 병원장 중에서 임상에서 손을 놓고 병원CEO의 역할이 본인에게 ‘손해를 보고 있다’는 인식이 있다. 기술경영분야에서 후광효과(halo effect)란 용어가 있다. 즉, 한 부문에서 띄어난 실적이나 경력이 쌓으면, 다른 부문에서도 그러한 후광효과의 득을 본다는 이론이다. 그러나 임상부문의 후광효과는 실제 오래가지 않는다. 따라서 병원장은 병원경영에 대한 본인의 이해와 실력을 쌓고 이를 직원에게 설득하고 이해시킬 필요가 있다. 특히 병원장은 CEO로서 단기적인 성공경험을 직원에게 경험케 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병원 내 직원들의 협력을 얻어내는 기술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참고로 삼국지에서 촉의 제갈량(諸葛亮)은 뛰어난 인물이지만 결정적인 결점을 갖고 있었다. 그것은 아랫사람들에게 의견을 구하거나 권한을 위임하지 않고 모든 것을 스스로 결정하고 집행했다는 점이다. 그 결과 제갈량은 죽은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촉은 멸망하고 위나라에 흡수 통일되고 말았다.
3. 맺음말
공자는 “윗사람의 자리에 있으면서 관대하지 않은 자를 내 어찌 리더(Leader)로 여길 수 있으리오(論語,八佾 26章 子曰 居上不寬 爲禮不敬 臨喪不哀 吾何以觀之哉)”라고 개탄한 바 있다. 이렇게 개탄 것은 조직의 리더로서 전체 조직구성원들을 조직목표를 달성하는데 가장 필수적인 것은 관대함인데, 이는 느슨함이 아닌 엄격한 관대함이 필수적인 요소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또한, 공자는 득인(得人)의 중요성에 대해서 여러 곳에서 강조하였다. 여기에서 득인이란 현명한 사람을 찾아서 국가경영에 기용하는 것이 국가경영의 출발이자 목적이라는 의미이다. 노나라 군주의 질문에 대해서 공자는 답한 말속에 이와 같은 득인사상이 잘 담겨 있다.
애공이 물었다. “어찌해야 백성들이 복종할 수 있겠소?“
공자가 “ 올바른 사람을 찾아서 굽은 사람 위에 등용하면 백성들이 복종할 것이요, 굽은 사람을 바른 사람 위에 쓰면 백성들은 복종하지 않을 것입니다”라고 대답하였다. <論,爲,19章 哀公問曰 何爲則民服 孔子對曰 擧直錯諸枉則民服 擧枉錯諸直則民不服>
오늘날 표현으로 설명하면 인사가 경영의 핵심으로 득인과 용인(用人)으로 유능한 인재를 구하여 적재적소에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다만, 공자는 지나치게 자기가 가진 재주를 믿고 덕(德)이 부족한 것에 대한 제자들에게 경각심을 갖도록 하는 경구의 말을 하였다.
자공이 공자에게 물었다. “제자인 사(師)와 상(商)중 누가 더 현명합니까?“
공자는 대답하였다“ 사(師)는 넘치고 상(商)은 부족하다. 하지만 지나침이 부족함보다 못하다”<論語,先進篇 子貢 問師與商也 孰賢 子曰 師也過 商也 不及 然則師愈與 子曰 過猶不及>
국내 병원에서 의료진들의 비의료인에 대한 상대적인 소외감으로 병원의 조직문화가 갈등요인으로 작용하고, 이 요인으로 인해서 병원조직문화가 불협화음을 내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은 병원조직의 불협화음은 병원에 내원하는 환자들에게 불친절로 연결되어 병원경영의 역기능으로 작용요인이 된다. 모두가 공자의 말대로 “자신을 갈고 닦아서 내원하는 환자들에게 편안함을 주는 수기안인(論語,憲問篇:修己以 安人)”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하겠다.
에이치앤컨설팅(H&Consulting) 이용균 부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