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선물을 주는 것을 ‘쏭리’라고 한다. 즉 선물을 주는 행위를 ‘예를 보낸다’고 표현하는 것이다. 상대방에게 예를 표시하는 것이니 바꾸어 말하면 선물은 아주 보편적이고 자연스럽다. 비즈니스 협상을 앞두었을 때는 특히 전략적인 선물법이 요구된다.
중국인이 좋아하는 선물에 대한 정답은 없다. 하지만 선물 시 금기사항은 알아둘 필요가 있다.
하나, 시계는 죽음을 의미
탁상시계나 괘종시계는 중국어로 ‘종’이라고 한다. ‘종을 준다’라는 중국어 표현은 ‘죽은 사람을 송별한다’는 의미의 ‘송종’과 발음이 같다. 반면 손목시계는 ‘비아오’라고 발음하기 때문에 개의치 않고 선물할 수 있다.
둘, 병문안 때 피해야 할 과일
배는 중국어로 ‘리’이다. 이별을 뜻하는 ‘리’와 발음이 같다. 따라서 병문안 갈 때 배를 선물하는 것은 금기다. 선물할 경우에는 배보다는 사과가 좋다. 이는 사과의 발음인 ‘핑궈’가 평안, 안녕을 뜻하는 ‘핑안’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다만 상하이 등 일부 지역에서는 ‘핑궈’ 발음이 ‘병들어 죽다’라는 뜻의 ‘빙구’와 유사해서 사과도 피한다고 한다.
셋, 주의해야 할 꽃 선물
국화는 중국에서도 장례식에 쓰이는 꽃이다. 생화보다는 조화가 많이 쓰인다.
홍콩에서는 재스민차를 만드는 데 쓰는 말리꽃과 매화 두 가지 꽃은 사업상 선물로 적합하지 않다. 말리꽃의 중국어인 ‘모리’와 이익이 없다는 뜻의 ‘몰리’의 발음이 유사하다. 그리고 매화의 ‘메이’역시 재수가 없다는 뜻의 중국어 ‘다오메이’의 ‘메이’발음과 같다. 피하고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넷, 가위는 금물
가위는 두 토막으로 동강을 낸다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또한 날이 날카로워서 무기로도 사용될 수 있으니 가위는 선물로 적당하지 않다.
다섯, 선물의 개수
중국인은 짝수를 좋아한다. 따라서 선물도 가능한 범위 내에서 짝수로 하는 것이 좋다. 이는 좋은 일이 계속된다는 의미의 ‘하오스청솽’이라는 관용어와 관계가 있다. 물론 비싼 선물을 두 개씩 할 수는 없지만 일반적인 선물은 짝수를 맞추는 것이 좋다.
여섯, 선물 포장지
중국인은 선물 포장지로 붉은 색이나 금색을 선호한다. 붉은 색은 존엄과 존귀를 상징하며 금색은 예부터 황제의 색깔이었다. 반면 흰색이나 검은색은 흉색으로 간주되므로 주의해야 한다. 특히 흰색은 죽음을 의미한다.
일곱, 생일선물
중국인에게 가장 중요한 생일은 66세 생일이다. 이는 사자성어 ‘리우리우따순’과 관계가 있는데 ‘한평생 순조롭게 살았다’는 의미이다. 이때 자녀는 0.6근의 고기를 사드리고 66개의 물만두를 빚어서 생신을 축하한다.
허난성 안양시 일대에서는 ’45세’라고 부르는 것 자체를 금기시한다. 이는 포청천과 관계가 있으며 그 해에 곤란한 처지에 이른 계기로 지역 사람들은 ’45세’를 언급하지 않는다. 간혹 “작년에 44세였습니다”나 “내년이면 46세가 됩니다”라고 답하는 중국인을 만난다며 이러한 이유가 있다는 사실을 상기하기 바란다.
여덟, 의미를 가진 숫자
중국인이 숫자에 의미를 부여한다는 것은 잘 알려진 상식이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개막시간은 8월8일8시8분이었다. 이처럼 중국인은 8을 엄청 좋아한다. 숫자 8은 상관습과도 연결되어 있다. 8의 발음 ‘바’는 ‘부자 되세요’라는 뜻을 가진 새해 인사말 ‘꿍시파차이’의 ‘파’와 발음이 같다. 그래서 중국 일반인들에게 숫자 8은 서양의 럭키 세븐과 같은 행운의 의미를 갖는다.
숫자 6의 발음은 ‘리우’인데 만사가 순조롭게 진행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유통과 흐름을 뜻하는 리우와도 발음이 같아 특히 사업하는 사람들에게는 8 이상으로 환영받는 숫자이다.
다음으로 선호하는 숫자 중 하나는 9이다. 예로부터 중국에서 9는 황제의 숫자로 여겨져 왔다. 하늘을 9개로 나누어 가장 높은 곳에 천자, 즉 황제가 위치했다. 그리고 천자의 생일은 1월 9일이었다. 그리고 황제는 1년에 9번 제사를 지냈고, 베이징에는 9개의 문이 있엇으며, 자금성 안에는 9개로 장식된 가로등∙문고리 장식 등이 배치되었다. 또한 9는 오래 산다는 의미를 가진 지우와 발음이 같아서 선호하기도 한다.
반면, 중국인이 싫어하는 숫자도 있는데 대표적인 것은 4이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죽은 ‘사’와 발음이 같아서이다. 그리고 숫자 7도 선호하지 않는다. 이는 화가 난다는 ‘성치’와 발음이 같기 때문이다.
이러한 의미를 지닌 숫자들은 중국 실생활에서 경제적 가치로 환산된다. 전화번호와 자동차번호에 6,8,9가 들어간 번호는 그렇지 않은 것보다 몇배 더 높은 가치로 시장에서 거래된다. 그리고 백화점 제품 가격도 끝자리를 6이나 8로 맞출 때가 많다. 중국 비즈니스 현장에서는 숫자를 활용한 마케팅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아홉, 같은 한자, 다른 의미
한∙중∙일 3국은 한자문화권이다. 표기법이 다르지만 근원은 똑같은 한자이다. 하지만 같은 한자라도 각 나라에서 전혀 다른 의미로 쓰이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일본의 고급 호텔 식당에는 각 룸마다 고유의 이름을 붙여놓는데 ‘지극히 평안하다’는 의미인 ‘태평’이라는 이름이 붙은 곳이 많은데 중국에서는 사람이 죽은 후에 시체를 안치하는 ‘영안실’에서 그 이름을 쓴다. 만약 이 이름이 붙은 룸으로 중국인을 초대한다면 ‘영안실’에서 손님을 초대하여 식사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는 큰 실례가 아닐 수 없다.